달력

4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베토벤·모차르트 등장하는 만화… ‘미스터 초밥왕’ ‘신의 물방울’ 계보 이을까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할 수는 없지만, 듣고 싶게끔 할 수는 있습니다. 여느 음대 캠퍼스에서 마주칠 법한 음악적인 풍경에 순정 만화 특유의 로맨스를 결합한 ‘노다메 칸타빌레’(도모코 니노미야)가 바로 그런 만화입니다.

유명 피아니스트의 아들로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치아키는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지휘자를 꿈꾸는 음대생입니다. 그의 옆방에 입주하게 된 여학생 노다 메구미(노다메)와 ‘티격태격’ ‘알콩달콩’ 엮어나가는 연애담이 큰 줄거리입니다.

‘미스터 초밥왕’ ‘신의 물방울’ 같은 만화들이 음식이나 와인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자연스럽게 높이는 것처럼, 이 만화도 한 권에 1~2곡씩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읽는 이들을 클래식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으로 시작해 베토벤의 교향곡 7번과 교향곡 3번 ‘영웅’을 거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으로 넘어가는 방식이지요. 교향곡과 협주곡, 소나타의 주요 곡을 훑어나가며 작곡가와 작품, 악기의 특징에 관심을 갖게끔 하는데 이 만화의 매력이 숨어 있습니다. “베토벤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정통 기법으로 작곡된 교향곡으로 도입부는 강렬한 화음을 시작으로 오보에가 연주하는 선율을 거쳐 현악기가 이어받는다”는 베토벤 교향곡 7번 해설을 보고 있으면 문득 이 곡을 듣고 싶다는 충동이 듭니다.

만화에는 ‘옥에 티’도 없지 않습니다. 지휘자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리허설하면서 “오늘은 4악장까지 하겠습니다”라고 하지만, 이 협주곡은 전체 3악장입니다.

남자 주인공의 옛 여자 친구는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 피리’에서 ‘밤의 여왕’ 딸을 맡게 됐다고 불평하지요. 하지만 ‘밤의 여왕’ 딸인 파미나는 이 오페라에서 남자 주인공 타미노와 짝을 맞추는 어엿한 여자 주인공입니다. 다만 ‘밤의 여왕’이 초절(超絶) 기교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에게 잘 맞는다면, 상대적으로 파미나는 서정적인 소프라노에게 어울린다는 점이 다를 뿐이지요.

남녀 주인공이 프랑스로 떠나면서 15권 현재 만화는 무대를 유럽으로 옮겼습니다. 명성과 역사에 비해 현실은 초라한 프랑스의 한 오케스트라를 남자 주인공 치아키가 어떻게 재건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만화 ‘신의 물방울’이 실제 ‘와인 붐’을 일으킨 것처럼, 이 만화도 독자들을 클래식 음악의 세계로 이끌기를 기대해봅니다.




[김성현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Posted by 라면한그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