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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최고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현상 중 하나가 바로 ‘프리허그(Free Hug)’라 불리우는 안아주기 운동이었다. 2년 전 호주인 후안 만이 시드니 거리에서 프리허그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안아주면서 시작된 이 운동은 이를 친구인 사이먼 무어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리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결론적으로 프리허그는 우울한 현대인들의 고독감을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그만큼 우리 사회에 우울함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각인시켜주는 계기도 됐다.

 

‘글루미 제너레이션’이 주요한 트렌드 용어로 떠오르고 있다.

백윤식, 봉태규 주연의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영화는 우울한 현대인들이 겪는 스트레스를 코믹하게 표현하면서 다시 한번 현대인의 우울한 일상을 돌아보게 했다. 그런가 하면 가수 신해철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네이션’에서 “우울증 치료를 위해 약을 먹고 있다”고 당당하게 밝힌 바 있다. “우울증은 이상한 병이 아니라 감기처럼 약을 먹고 치료하면 된다”고 덧붙이면서. 우울증이 소수의 감춰야 할 문제가 아니라, 다수의 전반적인 문제로 떠올랐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처럼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글루미 제너레이션’이란 과연 무엇인가. 우울한 세대라는 게 직접적인 번역이지만,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울한 세대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우울함을 자학하는 대신 우울함 자체를 즐기는, 또 그것을 감추려 하지 않고 당당하게 밝히는 새로운 세대다. 우리말로는 ‘우울한 세대’보다는 오히려 ‘나홀로족’ 정도가 더 어울리겠다. 여기서 나홀로족은 결혼 유무에 따라 결정되는 ‘싱글족’과는 다르다. 자신의 자유의사에 따라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보고, 혼자 노는 걸 즐기는 등 건강하게 밖으로 끄집어내는 세대가 바로 나홀로족이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라이브콘서트에 가기 위해 표를 1장만 예매한 고객 비율이 2005년 12%에서 2006년 15%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뮤지컬 1인 예매고객도 8%에서 10%로 증가했다. 모두 대표적인 나홀로족들인 셈이다.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면 그에 맞춘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판을 치게 마련이다. 나홀로족을 겨냥한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 또한 봇물 쏟아지듯 줄줄이 나타나고 있다.

■ 혼자 즐기는 스타벅스 공간이 대표적 ■

가장 먼저 눈길을 잡아끄는 게 외식업계다.

사실 ‘스타벅스’의 엄청난 성공 이면에도 글루미 제너레이션의 부상이 숨겨져 있다. 혼자 커피전문점에 가서 커피 한잔 시켜놓고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제공한 것 또한 스타벅스 성공 비결 중 하나라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스타벅스뿐 아니라 정통 레스토랑들도 나홀로족 고객을 위한 1인용 바 형태 공간을 계속 늘려나가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2003년 1호점을 오픈했다는 스테이크전문점 ‘페퍼런치’는 전 좌석을 바 형태로 배치한, 대표적인 나홀로족을 위한 식당이다. 이미 5년여 전부터 나홀로족을 위한 식당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한 일본에서 들여온 브랜드. 페퍼런치를 전개하는 썬앳푸드의 최은희 대리는 그러나 “1호점을 오픈했을 때만 해도 ‘나홀로족 식당’이라는 개념이 국내에서 잘 먹혀들 것 같지 않아 이 부분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다”고 사정을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 형태 좌석 배치에 난감해 하는 고객이 많아 초기에는 시장 진입이 쉽지 않았다고.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나홀로족이 유행어로 떠오르면서 페퍼런치 또한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했다. 덕분에 최근엔 하루 매출액이 300만원대로 크게 늘어났다는 페퍼런치는 고객의 30~40%가량이 나홀로족들이다.

스테이크까지는 혼자 먹을 수 있다고 치자. 석쇠불판에서 지글지글 구워야 제 맛인 고깃집은 아무래도 혼자 들어가기엔 문턱이 가장 높은 외식점일 수밖에 없다.

고기촌플러스바 정병철 사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깃집 한켠에 바 형태 좌석을 만들어놨다. 메뉴에도 ‘싱글메뉴’를 따로 마련해 삼겹살, 항정살, 청정한우 등 다양한 고기를 조금씩 맛볼 수 있도록 했다. 혼자서는 다양한 고기를 시키지 못하고 한 가지만 시켜야 했던 한계를 극복한 이 싱글메뉴가 홀로 고기를 먹으러 오는 손님들에게 엄청난 인기임은 당연지사.


칼국수로 유명한 명동교자는 아예 바 형태 테이블에 반투명 칸막이까지 설치해 더욱 사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

호텔가와 여행가도 이 같은 트렌드의 중심에 서있다. 웨스틴조선호텔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옴므패키지’를 만들어 판매했다. 웨스틴조선 안주연 주임은 “부인은 여행 보내고 아이들은 캠프 보내고 혼자 호텔에 쉬러 왔다는 단골 고객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아예 이들을 위한 패키지를 마련했다”고 배경설명을 해줬다.

단순히 쉬는 것에 더해 골프연습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몸 만들기를 위한 트레이닝까지 받을 수 있는 이 패키지 가격은 1박에 22만원대. 그리 싸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매달 수십 개 객실이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웨스틴조선은 지난해의 성과에 힘입어 한층 업그레이드된 내용의 옴므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여행업계도 나홀로 여행족을 겨냥한 상품 개발에 한창이다.

하나투어는 최근 ‘퍼즐팩’이라는 에어텔(항공권과 호텔만 예약해 주는 상품)에서 조금 진화된 신상품을 출시했다. 원할 경우 현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라인까지 연결해 주는 상품이다.

■ 4등분되는 4인용 식탁도 등장 ■

김희선 하나투어 과장은 “모든 걸 스스로 저렴하게 해결하려는 대학생 배낭족과는 또 다른, 혼자 가면서도 보다 편하게 여행하고 싶어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내놓은 상품”이라 설명한다. 이처럼 직장인 나홀로 여행족이 늘어나면서 여행가이드 책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여행할 수 없는 이들이기에 한 국가, 한 도시만 집중적으로 돌아볼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해 여행가이드 책이 점차 세분화되고 있는 것. 동남아 전체를 다루던 데서 국가별로 나뉘어지고, 심지어 로마, 도쿄 등 도시별로 나뉘어지는 식이다.

나홀로족을 위한 각종 아이디어 상품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시도는 아무래도 해외에서 더 적극적이다.

일본 출신 네덜란드인 쿠니코 마에다는 최근 ‘4등분되는 4인용 식탁’이란 작품을 발표했다. 작품명은 ‘디스턴스 프레즌(Distance Presence)’. 존재감을 느끼는 공간이란 의미다. 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는 이 작품을 실제 식탁에 응용해 시장에 내놨다. 4인 가족이머리를 맞대고 식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진 이 식탁은, 4등분된 식탁의 한 조각을 떼어내 혼자 식사할 수 있는 용도다. 나홀로족은 식탁의 한 조각을 떼어내 TV 앞으로 들고 나가 TV를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안나 마리아 코넬리아의 ‘라이프 드레스’ 역시 우울함을 즐기는 나홀로족을 위한 상품이다. 지하철 등지에서 주위가 견딜 수 없이 혼잡하거나 시끄러울 때 라이프 드레스를 입은 사람은 드레스를 들어올려 머리를 감싸고 지퍼로 잠그면 된다. 이로써 잠시나마 혼자만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다양한 혼자놀기 상품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

최근 옥션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는 2만5000원짜리 ‘아이독 로봇’이 대표적. 아이독은 터치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사용자가 말을 걸면 나름대로 대답해주는 로봇 애완견이다. 만져주고 말을 걸어주는 정도에 따라 즉흥적으로 음악을 만들어 연주해 주기도 한다.

‘말하는 액자’(1만2000원) 역시 나홀로족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좋아하는 음악, 오늘 나의 기분,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약속 등을 10초 동안 녹음할 수 있는 액자. 주위에 아무도 없어 외로움을 느끼는 나홀로족에게는 비록 내 목소리지만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것조차 위로가 될 수 있을 듯싶다.

한편 2007년 주목해야 할 3대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글루미 제너레이션을 꼽은 트렌드 컨설팅업체 아이에프네트워크 이형선 팀장은 “이제 글루미 제너레이션을 위한 배려는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의 최우선 요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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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ue me generation : 70년대 출생한 대한민국 외동을 가리키며, 다출산세대에 있어서 형제없이 자란 이들의 소외의식, 관심부족, 애정결핍 등으로 인한 타인으로부터의 관심유발이 중요한 관심사인 세대를 뜻한다.

Posted by 라면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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