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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인터넷 기획자가 되고싶은가?
그대, 기획을 이제 시작해서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가?
그대, 기획을 몇년 했더니 어느정도 노련해졌다고 생각하는가?

오늘은, 인터넷 기획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님들께 잔소리같은 당부를 몇자 건네볼까한다.
나 역시도 아직은 배워야할 것이 많고 멀지만, 그나마 인터넷 세상에 먼저 나와 이런저런 경험했겠구나, 그것으로 건방진 오버액션을 대신 이해해주길 바라면서...

내가 인터넷 기획이라는 것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96년. 그땐 인터넷이라는 말조차도 참 생소했다. 피시통신처럼 전화 다이얼업 모뎀으로 삐삐거리며 한참을 기다려 겨우 월드와이드웹 WWW이라는 것에 접속할 수 있었던 시절.
돌아보면 이제 겨우 8년여인데... 참 세상 무섭게 변했다. 인터넷 세상도 우리네 세상도...
여하튼 그때만 해도 인터넷 기획자라는 말보다 웹피디라는 말을 더 많이 했던 것같다.
단순히 기획만 하는 것이 아닌 서비스 전체를 그리고 조율해서 만들어가는 피디와 같은 역할을 해야한다는 뜻에서였을까...

난 그때, 인터넷이라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기만 했던 것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말이다.
게시판을 만들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정보채널을 만들고, 무엇을 해도 우리나라 최초였으니, 부족함에 대한 고민보다는 만들고나서의 신기함이 더 설레였고 좋았던 그때. 그때 우린 농담처럼 말했다. 우리 지금 사용자들 마루타로 만드는 거 아냐?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하고 싶은 거 다하고 말야...^^
그랬다, 인터넷 태생기였으니까 가능했나보다. 처음 시작이라는 핑게로 철없는 애송이 기획자는 그렇게 시행착오속에 하나둘 배워갈 수 있었으니...

그때 난 우리나라에 처음 발표된 나모 에디터로, 홈사이트 웹에디터로 직접 정보컨텐츠, 채널 페이지를 기획하고 편집해서 ftp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웹에 올렸다. 물론 그때도 개발자나 디자이너는 있었다.
그런데 왜 기획자가 디자인까지 했냐고, 웹코딩까지 했냐고 묻는다면,
검색을 빼고는 아무것도 없던 인터넷 세상에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란 참으로 숨가쁠 수 밖에 없었던 듯하다. 신문에 나온 이야기를 스크랩해서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당시 네티즌에게는 새로운 체험이었으니, 사용자의 그 빠른 정보 니즈를 따르려다보니 개발이나 디자인 못지않게 서비스의 속보성이 중요했던 것도 한 이유겠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크고 중요했던 이유는 처음 접해보는 인터넷이라는 환경이 마냥 신기했던 데서 출발한다. 3년간 펜을 잡고 아래아한글을 두드리며 기사를 썼던 나로서는 인터넷이라는 시공간을 넘어선 새로운 문명을 직접 처음 만들어간다는 것이 마냥 신명이 났다. 그래서 직접 하나하나 꼼꼼히 배우고 더 알고 싶었다.
아, 이렇게 생각한 것도 진짜 되는구나... 가끔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를 개발자와 디자이너와 머리맞대 웹이라는 공간에 현실로 이루어낼땐 나도 모르는 희열까지 느낄수 있었기에... 그리고 그들과 함께 만들어낸 경험들과 그들로부터 들은 개발과 디자인에 대한 크고 작은 이야기는 어느새 내 머리속에 새겨져서 또다른 기획을 할때에는 엄청난 힘으로 다가왔다.

2004년 지금, 조금은 멀리 떨어져서 기획을 하는 후배들을 본다. 한편으로는 대견함을 넘어 대단함도 느낄때가 많다. 공부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하고... 한발 앞서가는 톡톡튀는 아이디어, 그리고 그것을 웹으로 구현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그런데, 그러면서도 간혹, 아주 간혹은 작은 아쉬움을 느낄때도 있는데...

컨셉과 방향성에 대한 이해보다는 파워포인트로 열심히 페이지를 그려가는 일에 함몰된, 그리고 그것에 힘들어하는 기획자...
열심히 고민은 잘 하는데, 말은 진짜 잘하는데 막상 그림으로는 제대로 그려내지를 못하는 기획자...  
내가 지금 무엇을 기획하려하고, 왜 그렇게 기획해야하고, 그래서 어떻게 기획해야하는지를 깊이 생각못하는 기획자...
내가 기획한 것이 개발과 디자인으로 어떻게 표현되어 사용자를 찾아가고, 그래서 사용자들은 그것이 왜 좋아서 사용하게 될까에 대답못하는 기획자...

물론 최근엔 기획이나 디자인이나 운영이 각기 전문분야로 나뉘어져 좀더 체계적으로 일을 해나가고 있어, 내가 맡은 기획이라는 부분만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이것저것 잡동사니로 고민한 그 옛날 이야기가 진부한 구시대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인터넷 기획자가 명심해야 할 분명한 한가지는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획자는 개발도, 디자인도, 운영도, 마케팅도, 프로모션도, 그 모두를 머리속에 그려내고 있어야하는 만능맨이어야 한다는 것. 그 모든 분야에 전문가가 아니어도 좋고 당연히 전문가가 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내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가 어떤 개발언어로 만들어지고 어떤 시스템에 앉혀지고, 내가 만들어 낸 기획이 어떻게 그려져서 어떻게 포장되었으면 좋겠는지,
그래서 내가 만든 이 서비스를 사용자들은 어떻게 이용할지, 불편함은 없을지, 이 서비스를 어떻게 홍보하고 프로모션하면 사용자들이 더 빨리 좋아해줄지, 그 모든 시나리오가 기획자의 머리속에는 그려지고 있어야한다,

훌륭한 기획자는 훌륭한 글쟁이며 훌륭한 예술가며 훌륭한 정치가며 몽상가다. 어쩌면 그것은 타고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타고난 기획자는 누군가 얘기했듯 딴따라와 비슷하다.
현재 기획 일을 준비하고 있다면, 현재 기획자라면, 그리고 훌륭한 프로 기획자가 되고자한다면 그런 잡동사니 고민을 즐길줄 아는 아주 현명한 딴따라가 되어야한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오늘 출퇴근하면서 버스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무엇을 했는지...
영어 테이프를 듣고 있었나? 신문을 보고 있었나? 잡지책을 뒤적이고 있었나? 최신 MP3를 듣고 있었나?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나? 아니면 친구와 약속 시간을 잡고 있었나? 그냥 졸기만 했나? ^^

기획 일을 준비하거나 이제 기획을 시작하는 그대라면,
출퇴근길에 어제 만든 기획초안을 손에 들고 2%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기위해 한번더 꼼꼼히 훑어보아야한다. 내일 만들 기획을 머리속에 떠올리며 컴퓨터 앞에서 그려나갈 기획문서를 머리속에 미리 그려보며 고민해야한다. 기획과 관련된 어떤 책이라도 들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스스로를 탓해야한다.
기획자는 누구보다 열성적이며 탐욕스러워야 한다. 정보와 조직과 체계와 방법론에 대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그것의 가치를 인지하고 준비해야한다.

어느정도 기획에 노련해졌다고 생각하는 그대라면,
영어 테이프를 들으며 내가 만들어갈 영문판 서비스를 머리속에 떠올려야한다. 신문이나 잡지를 보다 쓸만한 기사가 나오면 펜을 꺼내 줄을 긋거나 심지어 찢어서 주머니에 넣을 수 있어야 한다. 최신 MP3를 듣는 이유가 무엇이고. 패션에 뒤쳐지지 않으려는 노력의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친구의 약속보다 조직의 약속을 더 많이 생각해야 하고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머리속이 복잡하니까 기획자다.
그 복잡함을 함께 일하는 개발자와 디자이너에게 명료하게 말해 줄 수 있어야 기획자다.
그 복잡함을 사용자의 니즈에 맞춰 즐겁게 명쾌하게 풀어줄 수 있어야 기획자다.
왜, 무엇을, 어떻게에 대답할 수 있어야 기획자다.
머리속으로는 개발도 디자인도 운영도 프로모션도 다 그려내고 있어야 기획자다.
개발자, 디자이너, 전문가는 아니지만
개발이 못한다고 할때 그것이 가능한 것을 보여준 사이트를 밤새 찾아내는게 기획자다.
조금은 엉성할지언정 자기가 직접 만든 개인 홈페이지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기획자다.
무엇보다 자신과의 타협만은 몸서리치게 싫어할 줄 알아야 기획자다.

그대, 인터넷 기획자가 되고싶은가?
그대, 훌륭한 기획자가 되고싶은가?
그대, 진정한 프로 기획자가 되고싶은가?

 

출처 : 조나단의 인터넷 이야기

Posted by 라면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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