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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는 유명한 삶은 개구리 요리가 있다지요.
이 요리는,
손님이 앉아 있는 식탁 위에 버너와 냄비를 가져다 놓고
직접 보는 앞에서... 개구리를 산 채로...
냄비에 넣고 조리한다고 합니다.
이때 물이 너무 뜨거우면 개구리가 펄쩍 튀어나오기 때문에...
맨 처음 냄비 속에는... 개구리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의 물을 부어 둔다지요.
그러면 개구리는 따뜻한 물이...
아주 기분 좋은 듯이 가만히 엎드려 있고
그러면 이 때부터...
매우 약한 불로 물을 데우기 시작합니다.
아주 느린 속도로 서서히 가열하기 때문에
개구리는 자기가 삶아지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 기분좋게 잠을 자면서 죽어가게 된다지요. 
 

인터넷 세상사, 우리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어느순간 자신도 모르게 비전도 잊은채 기분좋게 잠자다 죽어가는 개구리...
그것이 바로 개구리가 말해주는 무서운 비전상실증후군입니다.

당장 회사에서 돈 잘나오고 먹고사는 걱정은 없으니까,
그래도 내가 만드는 서비스가 아주 꼴찌는 아니니까,
그래도 서비스 잘 하고 있다는 말은 듣고 있으니까,
같이 좋아하고 불평하는 친구도 주변에 많으니까,
이만하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지금 내가 어디에 있으며... 어디쯤 가는지도 모르는 채...
그럭저럭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마치 자기를 요리하는 물이 따뜻한 목욕물이라도 된다는 듯이
편안히 잠자다 죽어가는 개구리의 모습은 아닌지 말입니다.

비전상실증후군, 개구리 이야기는
2002년, 네띠앙을 그만둘때 직원들에게 했던 이야기의 한토막입니다.
1997년, 네띠앙이라는 이름을 머리맞대어 지어서 세상에 처음 내놓고
2002년, 네띠앙이라는 이름을 뒤로하고 회사를 나올때,
그때는 말할수 없는 아쉬움에 한없이 가슴 아팠었죠.

인터넷 세상에 처음 커뮤니티라는 것을 만들때의 가슴 설레임,
하루에도 수만명씩 회원들이 늘어날 때의 희열,
한컴사태때 석달을 굶어가며 직원들과 한푼두푼 모아 소주잔 기울이며
사이트 성공시키자고 다짐했던 기억들,
그리고 마침내 국내 최고라는 얘기를 들을때의 부끄러움,
그것도 잠시, 생명을 잃어가는 네띠앙을 볼때의 안타까움,
벤처거품이 빠지고 아이티업계에 일대 회오리가 몰아칠 무렵,
네띠앙은 아직도 제길을 못찾고 헤메이고만 있었을 때,
결국, 마케팅 조직 20여명과 함께 네띠앙을 나오기로 작정했습니다.

같이 있다가는 네띠앙도 죽고 모두가 사라질 듯하여
조직을 슬림화하면서 마케팅 조직이 나오면
남은 서비스인력이 다시 네띠앙을 일으키기도 쉽지 않을까,
그렇게 고심하고 고심한 끝에,
내가 만든 사랑하는 서비스, 네띠앙을 뒤로 하고 회사를 나왔습니다.
더이상 옛사랑에 못이겨 방황하다가는
결국엔 나도 없고 조직도 없고 서비스도 없겠다는 생각에...
더이상, 회사가 어떻게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불평불만속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결국엔 내가 주체가 되어야하고,
우리는 쓰러질수 없다고 다짐하면서 말입니다...

네띠앙을 나오기전 마케팅 조직과 떠났던 워크샵,
그자리에서 내가 왜 나가야하냐고 울먹이던 후배에게
나는 더 큰 울먹임으로 말했었지요.

자기도 모르게 죽어가는 개구리가 되겠냐고...
아직은 따뜻하니까 그렇게 있다가 죽어갈 꺼냐고...
비전상실증후군...
무의식중에 서서히 익숙해져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렇게 그 무서운 병에 죽어갈 꺼냐고...

네띠앙을 나온지 3년,
클럽엔조이 사업을 하면서 다시 나에게 묻습니다.
비전상실증후군이 몸서리치게 싫어서 뛰쳐나왔던 그때를 기억하냐고...
바로 오늘, 내 생활은 또다른 비전상실증후군에 빠져들고 있지는 않냐고...

내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가 정체되어 있는 순간,
난 잠자다 죽어가는 개구리가 될 것을 알고 있는데...
그래서 다시 머리를 흔들어 나를 깨워봅니다...

더 열심히 뛰어올라보자고...
더 열심히 날아올라보자고...
 
그리고 감히 묻습니다...
2004년 오늘,
인터넷 세상을 만들어가는 여러분은 지금 어떠신지요...
편~안~하신지요...^^
 조나단의 인터넷 이야기
Posted by 라면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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