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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뻔한 얘기들 가끔 뻔한걸 다시 찬찬히 돌아봐야 할때가 있다. 2002년 12월에 나왔던 글

 

유료 콘텐츠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로 제도, 자료의 양과 질, 불법 공유, 사용자의 공짜 의식, 무료 사이트 등 다양한 원인을 제시하는데 이것은 실패 원인이 아니다. 실패 원인은 사용자의 우선 순위에 해당 콘텐츠가 선택되지 못한 것이다.

(1) 시간 총량 법칙 : 누구에게나 하루동안 부여된 시간의 총량은 같다.
(2) 지불 총량 법칙 : 사람들이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의 총량은 같다. 다만 총량 안에서 지출되는 분야의 비율이 달라질 뿐이다. 어느 달은 술값으로, 어느 달은 경조사비로 많이 지출되는 식이다.
(3) 우선 순위 법칙 : 한정된 시간과 자금 때문에 사람들은 우선 순위를 정하고 최우선 순위에 먼저 투자한다.

'이런! 이건 당연한 말이 아닌가? 이것이 무슨 법칙이야?'라고 반문하는 독자분들도 있을 것이다. 편의상 법칙이라고 붙였는데 세 가지 고려할 점 정도로 해석해도 좋다. 그러나 미래를 예측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내용이다.

예를 들어 보자.

인터넷 방송국이 붐을 이루던 2000년 초는 많은 연예인과 투자가들이 떼돈을 벌 것처럼 인터넷 방송국에 투자했고, 공중파 방송국인 MBC, SBS 등은 자사 웹사이트도 제대로 관리 못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필자는 연예인이 투자한 곳은 실패할 것이고 결국 공중파가 인터넷 방송국을 장악할 것이므로 SBS 등 공중파 방송업체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에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이렇게 예상한 이유는 시간 총량의 법칙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하루는 24 시간에 불과하므로 사람들이 인터넷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된다. 24 시간 중에서 1~2 시간 정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하겠는가? 사이트에 가서 못 봤던 신문과 뉴스, 프로그램을 볼 것이며, 커뮤니티 둘러보기, 전자우편 답장 등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부터 처리할 것이다.

이 때 MBC 9시 뉴스, 오락 프로그램 등 공중파 방송과 군소 방송국의 뉴스, 오락 프로그램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대부분 MBC의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을 선택할 것이다. 한정된 시간은 최고 콘텐츠를 선택하게 만들 것이고, 화려한 무대와 스타들로 꾸며진 양질의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중파가 결국 인터넷 방송 시장도 장악한다고 예상한 것이다.

모든 산업 분야와의 경쟁에서 우선 순위가 될 때 유료화도 성공

유료화 문제를 다룰 때도 이 법칙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 법칙을 고려하면 온라인 유료화의 경쟁 상대는 모든 산업 분야가 되며 유료화 실패의 원인도 산업 전 분야와의 관계에서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사람이 온라인 유료화의 실패를 온라인 안에서만 찾고 있다

유료 콘텐츠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로 제도, 자료의 양과 질, 불법 공유, 사용자의 공짜 의식, 무료 사이트 등 다양한 원인을 제시하는데 이것은 실패 원인이 아니다. 실패 원인은 사용자의 우선 순위에 해당 콘텐츠가 선택되지 못한 것이다. 콘텐츠 질이나 사용자 의식 등의 문제는 왜 우선 순위로 채택되지 못했는가에 대한 이유라고 보는 것이 옳다.

사람들은 책, 신문, 영화, 공연을 보고 싶어하며, 맛있는 음식을 사먹고 싶어한다. 그러나 총량 문제 때문에 가장 중요한 재화에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휴대전화, 교통, 영화 등에 우선적으로 투자한다. 이런 식으로 우선 순위부터 쓰고 나면 외식할 돈이 없고 온라인 콘텐츠에 투자할 여력이 없게 된다. 누구나 성인 사이트, 만화, 아바타를 구입하고 싶지만 총량 불변의 문제로 안되는 것이다.

때문에 온라인 콘텐츠의 경쟁 상대는 모든 산업 분야가 된다. 아바타를 2만원 어치 샀다면 그만큼 그 사용자는 김밥을 덜 먹거나 옷값, 책값을 줄였을 것이다. 반대로 책을 많이 샀다면 온라인 콘텐츠를 구입할 돈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온라인 콘텐츠의 경쟁 상대는 김밥집이며, 서점이며, 주유소가 된다.

다른 산업 분야는 해당 산업의 매출이 줄 때, 다른 산업 분야에 우선 순위를 뺏겨서라고 분석한다. 책이 안 팔리고 옷이 안 팔리는 이유를 책이나 옷의 질이 안 좋아서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없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상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종이에 담아 판매하는 출판계는 책이 안 팔리는 이유에 대해서 "사람들이 책보다는 옷이나 레저, 인터넷 등의 다른 곳에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책보다 레저나 인터넷에 돈을 지불하는 이유로 자동차 문화의 확산과 생활 형태 변화, 커뮤니티, 정보 검색, 사용자의 의식(낮은 독서율) 등을 들며, 독서 캠페인, 요즘 세대가 좋아할 편집 스타일 등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그런데 온라인 콘텐츠 업계는 유료화 실패 원인을 불법 공유, 제도 등으로 분석한다. 그 누구도 사용자들이 햄버거 값과 휴대전화 요금에 많이 지출해서라고 말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근본적인 원인은 놓치고 2차적인 이유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기획자는 MP3나 댄스 데이터, 전자책의 가격을 어떻게 정하고 어떤 식으로 서비스해야 사람들이 반발하지 않고 만족할까로 고민한다. 그들은 설문 조사를 해본다. 댄스 데이터나 전자책의 가격이 500원 정도면 구입할 것이냐고 물어보는데 이 경우 네티즌은 산다고 대답한다.

지난해 말 한국언론재단의 여론 조사에서도 '가격에 비해 정보 질이 좋은 경우와 다른 곳에서 구하기 힘든 경우'에는 지불 의사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잘못된 설문 조사와 잘못된 기획의 함정이 여기에 있다.

네티즌이 '예'라고 대답한 것은 콘텐츠의 가치와 구매할 만한 가격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콘텐츠를 구입할 여력이 있느냐의 문제는 전혀 별개이다.

즉, "가격에 비해 정보 질이 좋은 책이나 다른 곳에서 구하기 힘든 책은 구입하겠는가?"라는 질문이나 다를 바 없다. 누가 책 가격이 비싸며 책에 담긴 정보가 책 가격보다 형편없다고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책을 사고 싶어한다. 돈이 없거나 당장 필요치 않아서 못 살 뿐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영화를 볼 돈과 시간을 줄여 책을 사고 읽게 만드는 것이다.

유료화 기획의 출발점은 우선 순위가 될 수 있는가 부터 조사하는 것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는 많다. 각종 정보와 뉴스, 온라인 만화, 아바타, 노래, 방송국 등의 수많은 콘텐츠 분야가 있고 각 분야에서 상위권인 콘텐츠가 유료화를 시도한다. 이들은 다른 사이트보다 월등한 양과 질을 믿고 유료화를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그러면서 네티즌이 무료에 익숙해져서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니다. 그들은 분명 언제든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단 온라인의 1위 콘텐츠이며, 가격에 비해 정보 질이 좋고, 다른 곳에서 구하기 힘든 정보라는 이유만으로 지불하지 않을 뿐이다. 소비자는 모든 일상 생활 전 과정에서 최우선 순위인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아바타나 문자메시지, 모바일 게임, 전화벨 서비스가 유료화에 성공한 이유는 아바타나 전화벨의 정보 가치가 다른 콘텐츠보다 높아서도 아니고, 용돈이 배로 늘어서도 아니다. 사용자들이 아바타 구입이나 전화벨 소리 구입에 투자의 우선 순위를 두었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그만큼 다른 산업 분야의 매출이 떨어짐을 의미한다. 아바타나 전화벨 소리를 구입하는 사용자는 김밥이나 햄버거, 책, 영화 관련 비용 중에서 벨소리보다 덜 중요하다고 하는 분야의 비용을 줄였을 것이다.

이처럼 온라인 콘텐츠 기획자는 사용자가 햄버거에 지불할 금액을 빼앗아 올 수 있는 방법을 기획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

1. 사용자의 시간 총량과 지불 총량의 투자 형태를 먼저 분석하는 시장 조사를 해야 한다.

2. 사람들이 휴대전화 요금과 술값을 줄여서라도 구입할 만한 콘텐츠인지 조사한다.

3. 우선 순위에 들지 못한다면 그 이유와 대안을 분석한다.

4. 2~3 과정을 반복하면서 콘텐츠의 우선 순위를 높여간다.

5. 그래도 우선 순위에 들지 못할 콘텐츠라면 온라인 콘텐츠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포기한다.

모든 콘텐츠가 유료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해당 콘텐츠가 우선 순위에 채택되지 않을 분야라면 사업 자체를 접거나 다른 수익원을 개발해야 한다. 그런데 일단 해당 콘텐츠 사업을 시작한 다음에 이 콘텐츠를 어떻게 포장해야 유료화에 성공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으니 뾰족한 답이 안나오는 것이다.

해당 콘텐츠가 영화나 전화벨 소리보다 우선 순위에 오를 것인가부터 고민했어야 옳은데, 다른 사이트보다 우수하고 가격도 싼데 왜 안될까로 고민하니 답이 안나오는 것이다.

옷을 수입할 때는 수요가 있느냐부터 조사해야 한다. 수요층이 가격과 디자인 때문에 안사겠다면 보완책을 계속 찾으면서 경쟁력 있는 옷을 골라 수입해야 한다. 일단 옷을 수입한 다음에 옷의 판매 방법을 기획하고, 판매가 부진하면 수입 원가가 비싸 판매 가격이 비쌌고, 이 가격 때문에 소비자가 저항해 판매에 실패했다는 식으로 분석해서는 안된다.

온라인 콘텐츠 기획은 시작부터 총량의 법칙을 고려하여 모든 산업 분야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기획되어야 한다. 이것이 콘텐츠 유료화 성공의 출발점이다.

Posted by 라면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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