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전화를 한거였지만
그미의 목소리는 힘이 들은...피곤한 목소리였다.
이런저런 안부 얘기 끝에.
그미의 한마디.
" 나랑 같이 미국에 가면 안될까? "
자기는 한국에서 지금까지 자기를 둘러싼 환경이 너무 힘들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 자신을 모르는 그곳에서 시작하고 싶은데
그걸 나에게 함께 가줄수 있냐고...하는 말이었다.
뜻밖의 제안에
나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나의 반응에 그미는 곧..아니라고 그냥 자기가 잘못 말한거라고
잊어버리라고....
전화를 끊은뒤 친구를 불러..
이 이야기를 전했다.
언제나 떠나지 못하고 있는 나를 안타까와 하고 멀어지려고 마음먹는 나를
멀리도 가까이도 아니고 잡고 있는 그미를 탓하던 녀석인지라..
미국이 아니라 어디라도 갈려고 하는 나를 아는 녀석인지라..
아무런 말을 안한채 술잔을 쳐주었다.
며칠을 고민하던 나는
어머니께 이 문제를 말씀드렸고.
또래들보다 나이 많으신 부모님에게 하나뿐인 자식인 나로서..
그분들을 두고 갈 생각에 망설였다.
사실 내가 지금껏 쌓아온 여기에서의 시간들도 무시할수는 없는것이겠지만
말도 안통하는 그곳에 가서 내가 무엇을 할수 있을지도 막막했지만
그미가 나를 필요로 하고 함께 갈수있다면 갈수 있었다.
나의 마음을 아시는 어머니께선 니가 그게 바라는 거라면 가라고...
어느 부모가 자식이 행복하고 원하는일을 막겠냐고...하시었다.
여전히 아름다운지 - 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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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밖에 없는데...
이제 겨우 내가 받은거 이분들께 티끌만치라도 보답할수 있게 됫는데
이분들만 남겨둔채 갈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그미도 나도 우리가 같이 갈수 없다는것은 너무나도
잘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해가 가기전
그미에게서 4번째 편지가 왔다.
**아, 안녕^^
그냥.. 이렇게 웃으면서 너랑 인사를 하고 싶다...
만났을 때나.. 혹은 너와 헤어질 때,
서로 웃는 얼굴로 안녕.. 하면서 인사를 하고 싶어..
오늘 너를 만나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어.. 고마워.. 하면서..
손흔들면서.. 웃는 얼굴로 안녕이라구..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
너와 나.. 니가 아니라.. 내가 붙잡고 있다는거... 나 알아..
내가 놓아야만, 내가 돌아서야만.. 니가 갈거라는 것도 안다..
내가 끊임없이.. 너에게 어떤 기대나.. 미련을 주면, 너는 늘 거기 그렇게 있을 거라는거.. 알아..
그리구.. 또 하나.. 내가 너를 놓는게.. 나에게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지도 안다..
그걸 너무나 잘 안다...
나를 이렇게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 그 사람에게서 돌아서는게 얼마나 힘이드는지..
그리구.. 그게 나에게 얼마나 미련을 남길지도 안다..
너를 그리워하겠지..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구..
너를 그냥 곁에 둘걸.. 하면서... 마음 아파할지도... 모르구..
우리 오래 알았지... 참 오래 전부터 알았어.. 그리구.. 서로에 대해 많이 안다구 하지...
근데, 어쩌면 우리는 서로에 대해 너무 모르구 있는지두...
너에게 나를 다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럴 자신도 없구...
또 너를 다 알고 싶지도 않아... 그냥, 나 좋은대로만 너를 알고 싶다...그만큼만...
중략............
그저.. 내 마음에서 내 판단으로.. 이제는 너와 나.. 서로, 그만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너와 나.. 어떤 모습으로든 어려워...
니가 아니라구 해도, 나는 늘 니가 나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생각할 거구...
그래서, 거기에 대한 기대감(?)같은거.. 내 마음에 생길거구..
그러면, 나 힘들 때면, 너 찾을 거구.. 그렇게 너한테 기댔다가..
또 나 다른 사람에게 가구.. 우리 계속 그럴거야.. 끝이 없어...
그렇다구 니가 나를 마음에서 지울 때를 기다리는 것도 무모한 일이구...
니가 지웠다구 해두.. 내가 안 믿을지도 모르구..
다시는 연락 하지 말자.. 우리 그냥 서로.. 어디선가 잘 살구 있으려니 하구.. 생각만 하자..
혹시나 해서 하는 전화도 서로 하지 말구... 혹시나 해서.. 서로 찾지도 말자...
서로가 서로를 잊는거 도와 주자... 그럴려면, 정말로 너와 연결된 모든 것들을 접어야되겠지..
내가 힘이 들때두.. 너를 떠올리지 않을께... 그럴거야...
중략............
우리 웃으면서 인사하자..
**아, 안녕^^
그 편지를 마지막으로는 우리는 연락을 끊었다.
이윽고 그미는 어플리케이션도 나오고 모든 준비가 끝나
출국 날짜만 기다리게되었다.
떠나기 1주일전인가...그래도 가기전에 한번은 봐야겠기에
몇달만이지만 만나게 되었다.
마치 며칠전에 본 사람들처럼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헤어질때 그미가 마지막 편지에 원했던거처럼
우리는 웃으며 잘갔다오라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그미는 미국으로 갔고
그곳에서 현재의 남자친구를 만났고 우린 가끔 전화 연락을 하며
안부를 묻곤 했다.
물론 매번 내가 먼저 하는 전화였지만
하지만 그건 그미가 이제 내게는 연락을 먼저 할수 없으니까..
내가 연락을 끊는다면 그미는 먼저 연락을 할수 없는 마음이니까..
그걸 아는 나로서는 내가 먼저 연락을 해오고 있다.
누가 아직도 그미를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모르겠다.
그미의 나에 대한 감정의 정의를 사랑이란 말로 대신 표현했다고 한다면
나 역시 그녀를 14년이나 찾고 그후로 8년째 오늘까지도..
네번의 결별 편지를 받고도 그미의 연락을 기다리고 그미를 보고 싶어하는건
사랑이 아닌 다른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왜 14년동안이나 죽을때까지 그미를 한번이라도 보고 싶어했는지는..
남자들의 첫사랑에 대한 노스탤지어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의 삶은 20년이 넘게 간직하고 기억하면 즐거운 비록 그 즐거움보단
아픔과 상처가 많을지라도 만들어준 그미에게 고맙다는 말을...
내가 러브레터를 좋아하고 씨네마천국을 좋아하고 그리고 냉정과 열정사이를 좋아하는건
바로 이 사람때문이다.
어쩌면 난 이 사람때문에 아직 내 평생의 짝을 만나지도 못하고 있는지로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