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상의 저장과 기록: C-세대의 부상에 주목하라 ‘지금 대한민국은 싸이질 중?’ 최근 싸이월드 열풍을 보면 싸이월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새로운 온라인 문화로 자리잡은 듯하다. ‘싸이질(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사진이나 글 등을 올리는 것)’이라는 유행어가 생기고, 네티즌 사이에는 ‘싸이(싸이월드의 준말)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분류법이 생겼을 정도이다. 이러한 싸이월드 열풍에는 디지털 카메라, 카메라 폰, 웹캠 등과 같은 포토 IT기기의 확산이 큰 몫을 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 모 인터넷 쇼핑몰 매출현황 분석에 의하면 지난 7월 디지털 카메라의 매출이 전체 가전제품 매출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6월에 비해 4배 정도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네티즌은 싸이월드에서 자신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사진과 동영상, 텍스트 등을 저장하고 기록한다. 저녁에 마신 스타벅스 커피 사진, 소위 얼짱 각도라고 불리는 45도 위에서 찍은 셀카 사진, 영화 감상문 등이 미니홈피의 사진첩과 다이어리를 가득 메운다. 과거 방 한 켠에 있었던 추억의 사진 앨범과 일기장이 온라인 공간인 미니홈피로 이동한 것이다.
이처럼 미니홈피에서 자신의 일상을 저장하고 기록하는 라이프 캐싱(Life Caching) 트렌드는 최근 인터넷과 IT기술의 발달로 인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C-세대와 연관이 깊다. C-세대는 컨텐츠(Content)세대로서 사진, 음악, 동영상 등과 같은 컨텐츠를 자신이 직접 디지털 기기로 생산하여 인터넷 상에서 저장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세대이다. 최근 국내외 IT업체들은 이와 같이 디지털 기술의 진보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예컨대 얼마 전 애플(Apple)은 C-세대를 겨냥한 개인용 멀티미디어 종합 소프트웨어인 아이라이프(iLife)를 출시하였는데, 일반 소비자들도 쉽게 사진 꾸미기, 음악관리, DVD제작, 음악 작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으로서 미국 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기업은 컨텐츠를 창조적으로 생산하고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 하는데 만족을 느끼는 C-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마케팅 활동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소비자 스스로 컨텐츠를 만들어 채울 수 있는 수단과 장(場)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미니홈피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미국의 휴대폰 벨소리 서비스 업체인 싱스톤(Xingston)은 소비자 스스로 악기와 템포를 선택하여 벨소리를 작곡하고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다.
2. 일촌 맺기 :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한 관계 마케팅이 중요하다 싸이월드의 열풍의 근간에는 ‘일촌(비공개 글과 사진에 접근하도록 허용된 친밀한 관계) 맺기’를 통한 ‘인맥’이 있다. 사실 미니홈피는 다음 카페 등과 같은 그룹 커뮤니티가 아닌 개인 미디어이다. 하지만 이는 혼자만의 공간은 아니다. 일촌 맺기를 통해 혼자만의 사이버 공간이 공동체를 경험하는 현실적인 생활공간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처럼 싸이월드는 지인들과 일촌을 맺고 ‘일촌 파도타기’를 통해 서로의 홈피를 방문해주면서 서비스 자체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한편 싸이월드의 일촌 맺기 서비스가 성공함에 따라 국내 포털 사이트들은 최근 인맥 구축 네트워크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예컨대 마이엠은 일촌 개념에서 더 나아가 이촌(일촌의 일촌)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인맥을 확장할 수 범위를 더욱 넓혔다.
사실 인맥 구축 서비스는 비단 국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도 서로 아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인터넷 데이트 서비스인 프렌드스터(Friendster)라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알려진 명성과는 달리 ‘02년 대비 ‘03년의 순 가입자 증가율이 40% 내외일 정도로 그 성장세가 더딘 편이다.
싸이월드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한국 소비자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에 활용하였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친족관계를 원용한 일촌진지 덕분에 여타 경쟁 대형 포털 사이트의 20% 정도에 해당하는 적은 마케팅 비용으로도 가입자를 대폭적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 최근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한국적 특수성을 반영한 마케팅이 더욱 요구된다. 사실 한국적 특수성을 한마디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무엇보다 유행에 민감하며 집단적 동조소비 성향이 강하다는 측면을 꼽을 수 있다. 개성을 추구하지만 남의 이목을 중시하고, 남이 얘기한 정보에 민감한 한국인의 특성이 대규모 유행을 불러오는 것이다.
기업은 또래집단, 동호회 등과 같은 집단 내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또래 집단 내에서 영향력이 큰 의견선도자를 확인하고 그들의 의견 선도력을 바탕으로 구전(口傳)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보는 것이다. 최근 아이리버 MP3플레이어 돌풍을 일으킨 레인콤의 경우 출시 초기에 구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역별, 학교별로 구성된 500여명의 ‘구전효과 전위부대’를 선발하여 이들의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해주었다고 한다.
3. 미니룸 꾸미기 : 새로운 자기 표현 욕구를 간파하라 ‘미니홈피에는 또 하나의 내가 살고 있다’ 싸이월드에서 개인은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확인하며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 자신이 사는 이야기를 사진, 음악, 텍스트 등으로 올리면, 일촌과 방문자들이 답글을 달아준다. 현실에서 추억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만들어 가듯이, 미니홈피에서도 또 다른 나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니홈피에서 나의 정체성을 일촌 등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심리는 자신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는가, 즉 자기표현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싸이월드는 개인의 자기표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한다. 투멤남(투데이 멤버 남자), 투멤여(투데이 멤버 여자)와 같이 싸이월드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미니룸과 미니미(자신의 캐릭터), 스킨(배경화면) 등과 같이 미니홈피에서 개인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있다. 특히 개인이 미니룸을 꾸미기 위해서는 사이버 머니인 도토리의 구입이 필요한데, 1일 매출이 1억 3,000만원 이상일 정도로 싸이월드의 수익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은 도토리를 통해 가구, 애완동물, 벽지 등 다양한 아바타(Avata)를 구입함으로써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최근에는 전자, 외식, 패션, 뷰티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싸이월드에 브랜드 미니홈피를 개설하여 자사 브랜드의 홍보를 도모하고 있는데, 경품으로 지급되는 도토리를 얻고자 하는 네티즌의 방문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피자헛 미니홈피에서는 실시간으로 피자를 주문 받으며 자사 제품을 판촉하고 있는데, 홈피 개설 1개월 만에 120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가진 자기 표현 욕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자기 표현의 방식으로서 소비활동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LG애드에서 실시한 소비자 프로파일 조사(CPR)에 의하면 젊은 세대의 자기 표현에 관한 욕구가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남의 주목을 받고 싶다’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쓴다’에 관한 항목 모두에 연령이 낮을수록 높은 점수를 보인 것이다(그림 참조). 또한 주시할 점은 여자가 남자보다 자기 표현에 관한 욕구가 높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에는 자기 표현 욕구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주간경제 773호 마케팅 신조어로 풀어보는 신소비 코드 참조). 명품이 대중화됨에 따라 자신만의 명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매스클루시버티(Massclusivity), 화장을 하고 외모를 중시하는 남성인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 등은 과거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소비 욕구인 것이다. 기업들은 심층적인 시장 조사, 트렌드 예측 등을 통해 소비자의 새로운 자기 표현 욕구를 간파하고, 이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신제품 개발, 판촉 활동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4. 싸이질의 몰입 : 컬트(Cult) 브랜드로 만들어라 싸이월드가 인기를 끌면서 습관적으로 미니홈피에 방문하고 글을 올리는 네티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싸이월드 중독을 일컫는 싸이홀릭이라는 유행어도 생겼다. 실제로 최근 싸이월드 자체 분석에 의하면 사이트 충성도를 나타내는 방문자 일인 당 월평균 체류시간이 5시간이 넘는다고 한다. 과연 네티즌이 싸이월드에 지속적으로 몰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습관적인 접속의 이면에는 일촌관계와 파도타기 등이 연관된 시스템적인 요인과 인기도에 민감하고 호기심이 많은 개인의 심리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자신을 방문한 일촌의 홈피에 지속적으로 방문하여 답글을 남기게 되고 파도타기를 통해 인맥이 넓어지지만 그만큼 관리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메인 페이지에 장식된 자신의 인기도(페이머스, 에로틱 점수 등)와 방문자 수 등에 만족감을 느끼게 되어 더욱 점수를 높이기 위해 일촌의 홈피를 방문하고 자신의 홈피를 꾸미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파도타기를 통해 자신이 모르는 사람의 일상을 엿보는 묘한 재미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싸이월드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비즈니스 모델이 소비자의 심리와 유연하게 맞물림으로써 개인의 브랜드 충성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자사 브랜드를 컬트(Cult) 브랜드로 만들 필요가 있다. 컬트 브랜드란 소비자와의 강력한 유대관계를 구축하여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확보한 브랜드를 의미한다. 흔히 컬트 브랜드는 거의 종교와도 같은 광적인 소수의 매니아 집단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미국 TV드라마 ‘섹스 앤더 시티’에서 여자 주인공이 과도하게 아꼈던 마놀로 블라닉(Manolo Blahnik)구두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컬트 브랜드의 개념은 소수 매니아 집단에게만 사랑 받는 브랜드를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비즈니스 위크지도 글로벌 브랜드 순위를 발표하면서 애플(Apple), 스타벅스(Starbucks), 이케아(IKEA) 등과 같이 많은 소비자의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은 컬트 브랜드가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업이 컬트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총체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브랜드는 이제 단순히 소비의 대상이기 보다는 문화이며 개인의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스웨덴 조립가구 회사인 이케아(IKEA)는 고객체험위원회의 운영을 통해 비록 중저가이지만 최고의 품질과 사용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전세계 30여 개국에서 9,000여종의 고유 브랜드 판매로 연간 13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최근 미니홈피를 능가하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고자 국내 포털 업계는 진땀을 흘리고 있다. 메일, 검색, 카페 등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한 인터넷 대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닷컴이 아닌 일반 기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 해답은 문화 트렌드 포착에 있다. 요즘 뜨고있는 문화 현상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끝-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