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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3] 조선희 (1971 ~ )에디터 - asteroid 217 boy

 

'나는 셔터 누를 때 아직도 가슴이 뛴다.'

 


보여지는 것은 사진 한장이지만
담겨지는 것은 그 이상을 만들어 내는
사진작가 조.선.희.

 

 

그녀의 이 말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 비슷한 말을 오래전에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 말에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요즘은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무언가로 찍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그 찍고 찍힘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니 말이다.

나 또한 예전에 그랬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순간 순간을 찍어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엔 그런 카메라를 잘 안챙기게 된다. 언젠가부터 카메라가 손에 있게되면 사물 자체를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전시회를 가도, 공연을 보러가도 무엇을 하러 왔는지를 잊은채 연신 카메라에 좀더 많은 것을 담기에 바뻤다. 아무리 남는게 사진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이젠 잠시 사물과 사람..그 자체를 바라보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이젠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게 된다. 잠시라도 주변에 스쳐지나가는 것은 그 자체로..기억에 담아야 겠다. 아마도 잠시겠지만...


 

이야기 하나.
이제 내 얘기를 접고 그녀의 얘기로 들어가보자..
그녀를 안게...90년대 후반쯤이였다. 그녀의 사진 색감이 배우의 얼굴보다, 누가 찍은거야라는 것에 더 관심을 갖게 해주었다. 솔직히 난 사진을 잘 찍고 잘 담아내는 기술은 가지지 못했지만, 일찍이 사진을 좋아해서 초등학교때부터 모아둔 사진만 몇 상자가 될 정도로 사진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진을 보길 좋아하게 되었고, 그렇게 알게 된 작가가 바로 '조선희'이다. 지금은 너무도 유명한, 사진에 느낌을 담아내는 사진작가가 되었지만, 일반인에게 좋아하는 사진작가에 그녀의 이름을 말하면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였다. 그 수많은 사람 중 그녀의 사진이 왜 좋아요? 라고 물었던 사람이 있었다. 잊어버린건지 긴장해서인지 그때의 대답이 떠오르질 않는다.
몇년전까지 난 좋아한다고 하는 그녀의 정확한 얼굴을 몰랐었다. 그녀가 담아낸 사진만을 기억하고 있었기에...이 글을 쓰다보니 오래전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장 한장 사진첩을 넘기듯 말이다. 그녀는, 셔터를 누를 때 아직도 가슴이 뛴다고 얘기한다. 그 만큼 그녀가 사진을 찍는 열정이 느껴진다. 그녀는 이제 제법 삶을 알아갈 나이가 된 35세의 사진작가이다. 연세대학교 의생활학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때 선생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는 그녀는 대학에서도 학과 공부보다는 동호회 '연세 영상 연구회'의 활동을 더 열심히 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 졸업을 하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지금껏 해왔던 사진을 찍어야겠다..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지금 그녀의 모습을 만들어 내었다.

 


이야기 둘.
그녀는 졸업 후 입사 지원서를 단 한번도 넣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 만큼 그녀가 좋아하는 일에서는 밀고 나가는 그런 면이 부럽다. 사진을 찍어 매달 50만원만 벌수 있다면 사진을 할거다..라고 생각하고 10개월 동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사진 작가 김중만을 찾아 갔다. 그리고 그녀는 김중만 작가의 보조로 일하게 된다. 그 보조일이란 필름을 감고, 준비물을 빠짐없이 챙기는 것이었다. 그에게서 직접 배우는 것은 없었지만, 그가 작업하는 모습과 담아내는 것을 지켜 볼 수 있는 것이 그녀에게는 배우는 것이였고,  현재 사진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고 한다.
그녀는 이때 에서도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꿈속에서 얼마나 많이 셔터를 눌렀는지 아침에 일어나면 어깨가 아플 정도였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열정이였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당신은 꿈 속에서도 그 간절한 무언가를 갈 구해 본적이 있는가? 솔직히 꿈 속에서는 그런 꿈을 꾸었지만, 눈을 뜨면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그녀는 성공했고, 난 아직도 꿈만 꿀 뿐이다.

 


이야기 셋.
그렇게 그녀는 사진을 찍게 된다. 처음에는 패션잡지 화보와 광고 사진을 시작으로 영화 포스터 작업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 그녀를 유명하게 만들어 준 것은 바로 연예인의 인물사진 작업을 통해서였다. 물론 그의 스승인 김중만 또한 그렇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때론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무래도 그 중심이 사진이 아닌 연예인으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비판들로 인해 사진작가로서 최선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고 한다.스스로를 이겨낼 줄 아는 사람인 그녀는, 때론 이렇게 용감하고 강해 보이지만 다짐을 하기까지의 과정은 여느 사람과 똑같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때론, 그런 비판에 속상해 술한잔 기울일 수도, 눈물을 흘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 넷.
그녀에게도 어려움은 빗겨가지 않았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다가 IMF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인 1998년 자신의 스튜디오를 차린다. 현재의 '조아조아 스튜디오'의 시작이었겠지... 이름도 그녀스럽다. 좋아서 시작한...그리고 지금도 좋아하고, 앞으로도 좋아서 계속할.....그녀에게 사진이란 그런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자신의 스튜디오를 차릴 때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멋드러지게 차린 것이 아니었다.

처음의 스튜디오는 물을 쓸 수 있는 곳도 화장실도 없는 곳이 였다고 한다. 그리고 교통비를 줄이기 위해 겨울엔 무지 추운 그 공간에서 지냈으며 이 곳에서 그녀의 또 다른 삶은 시작되었다. 그러던 중 돈까지 떼이기도해 상황은 더욱 안좋아졌다. 100만원을 빌리려고 친구들을 찾아다녔고 그 돈조차 구하기 힘듦을 알고 내가 결국 이 정도였던가..라는 생각에 펑펑 울어다고 한다. 그런 그녀를 도와준 것은 친구 중 가장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친구가 자신의 적금까지 깨면서 빌려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녀는 이 시기에 많은 것을 알았을 것 같다. 힘듦을 알고, 고생이란 것을 알고, 그러면서 웃는 것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기준으로 어려움이란 늘, 있기 마련이다. 그 어려움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서 삶의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이야기 다섯.
그리고 종종 들어오는 일거리들때문에 그녀는 조금씩 경제적인 여유를 갖게 된다. 그녀가 카메라에 담는 대부분은 인물사진이다. 그리고 그녀의 초반의 일은 취재기자와 함께 나아서 해당 인물의 사진을 찍어오는 것이였다. 대부분은 사진을 먼저 찍거나 필요한 사진을 찍었다 싶으면 자리를 먼저 뜨는 것이 일반적인 사진작가라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고 한다. 인터뷰 중간에도 사진을 찍긴 하지만,  아무리 긴 시간의 인터뷰에도 자리를 먼저 뜨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찍는 다고 한다. 
'잘하고 싶었다. 한 컷을 찍더라고 최고사진을 찍고 싶어서 내가 만족할 때까지 찍는다. 그러다 보니 받는 돈보다 필름값이 더 많이 들곤 한다. 하지만 돈이 아깝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이렇게 말하는 그녀는 최고의 사진을 담아내는 사진작가 조.선.희. 이다.

 


마지막 이야기.
내가 바라보는 그녀의 사진은 '깊이'이다.

그녀의 사진에는 깊이가 느껴진다. 솔직히 난 멋드러지게 잘 찍힌, 혹은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찍은 사진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런 사진 또한 잠시라도 내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은 그 사진이 분명한 매력을 담고 있어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진에는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단순히 예쁘게, 아름답게, 멋있게..이런 것을 일찌감치 그녀는 멀리한 것 같다. 그렇다고 일부러 다른 모습들을 꾸며서 표현해 내는 것 같지도 않다. '깊이'를 표현함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바라보는 시각과 담아내는 기술에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보는 그녀의 사진은 '시간'이다.

이상하게도 소재때문도 아니고 배경때문도 아니고 배우의 얼굴때문도 아닌데, 그녀의 사진에는 '시간'이 느껴진다. 그녀는 흐름을 읽어 낼 줄 아는 사진작가이다. 단 몇초에 나오는 표정과 그 표정이 담는 그 배우의 감정까지 그녀의 사진에는 고스란히 담겨진다. 그리고 그 짧은 셔터가 눌려지는 시간뿐아니라 그때의 그 배우의 시간까지 느껴진다.

 

내가 바라보는 그녀의 사진은 '색감'이다.

처음에 들어온 그녀의 사진은 배우도 아니고 배경도 아니고 사진의 색감이였다. 만저볼 수는 없기에 질감은 느끼지 못하지만 그녀의 사진이 갖는 색감이 있다. 환하고 밝은 색깔를 쓰더라도 어둡고 칙칙하기까지한 색깔을 쓰더라도 그녀만의 색감이 있다. 밝아도 밝지만은 않고 어두워도 어둡지만은 않은 느낌을 만들어 내는 색감을 지니고 있다.

 

내가 바라보는 그녀의 사진은 '사각'의 모양이 아니다.

사진의 모양은 늘, 사각이다. 그것도 정사각형이 아닌, 직사각형이다. 가로든, 세로든 어느 한쪽이 더 길게 만들어지는 직사각형이다. 물론 정사작형으로 만들수야 있겠지만 말이다. 보여지는 것은 사각이나 그녀의 사진은 사각이 아니다. 그 의미는 그녀의 사진에서는 틀이 느껴지지 않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유명 배우들이 그녀를 좋아한다고 한다. 자신도 몰랐던 그 어떤 부분까지 담아낼 줄 아는 작가이고 그런 자유로움 때문에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만드는 작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을 오래 찍다 보니 뭐든 네모로 잘라서 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그 사각 안에 보고 싶은 것만이 보이게 된다. 하지만, 그 사각 안에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을 담아내려고 늘 노력한다.'


사진을 제외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이다.
술을 마시면 마음이 편해지고 솔직해진다고 얘기하는 그녀는 그래서 오늘도 어디선가 술을 마시고 있을지도 모른다. 술을 좋아한다고 하는 것을 보니 사람 또한 좋아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에 관해서 더 알고 싶다면,

그녀의 책 [왜관촌년 조선희,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를 봐도 좋을 듯 싶다.

 

 

사진설명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은지원 앨범 표지사진, 조선희 작가 사진이자 그녀의 책 표지, 이정재, 송혜교, 배두나, (의자), 김남주, 변정수, 신하균 모두 그녀가 담아낸 사진이다.

 

 

출처 : 오디오닷컴

Posted by 라면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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