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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3.06 사랑이 늦어서 미안해. 20
  2. 2008.01.14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 7
솔리드 시절부터 노래 잘하던 김조한.

벌써 작년 10월에 나온 앨범이었는데 그냥 한번쯤 듣고 넘어갔는데
어제 Mp3 에서 듣는데...너무 마음에 닿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람의 인연이란 어떤것인지 모르겠다...
그냥 욕심으로 이어가는 인연, 피하려고 해도 자꾸만 나에게 다가오는 인연.
인연인지 알았는데 어느한순간 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져버리는 인연.

문득 요새 드는 생각은 놓친 인연이라고 생각되는 것과 미련인데 인연이라고 내가 잡고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게된다.
나름 눈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내게 다가오는 인연은 눈치못채고 그냥 놓친 인연도 있겠지..

어쨋든 미련으로 남을지언정 그냥 여기까지인 인연, 놓친 인연이라고 여기는것이 다음 지점으로 걸어가는데에 날 붙잡는 족쇄가 되지는 않겠지...

그러다보면....내가 돌아돌아 만나게 된 인연에게 늦어서 미안하지만 기쁜 얼굴로 마주할수 잇겠지.
다음주가 화이트데이라 이런거 절대 아님! ㅋ
Posted by 라면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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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아이와 엇갈린다.

솔직히 말해 그다지 예쁜 여자아이는 아니다. 눈에 띄는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멋진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 뒤쪽에는 나쁜 잠버릇이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고, 나이도 적지 않다. 벌써 서른 살에 가까울테니까. 엄밀히 말하면 여자아이라고 할 수도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50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 그녀를 알아 볼 정도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모습을 목격하는 순간부터 내 가슴은 땅울림처럼 떨리고,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 말라 버린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좋아하는 여자아이 타입이라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령, 발목이 가느다란 여자아이가 좋다든지, 역시 눈이 큰 여자아이라든지, 손가락이 절대적으로 예쁜 여자아이라든지, 잘은 모르겠지만 천천히 식사하는 여자아이에게 끌린다든지와 같은 식의. 나에게도 물론 그런 기호는 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가,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아이의 코 모양에 반해 넋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유형화하는 일은 아무도 할 수가 없다. 그녀의 코가 어떻게 생겼었나 하는 따위는 전혀 떠올릴 수가 없다. 아니, 코 가 있었는지 어땠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할 수 없다. 내가 지금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그다지 미인이 아니었다는 사실 뿐이다. 왠지 조금 이상하기도 하다.

"어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와 길에서 엇갈렸단 말이야" 하고 나는 누군가에게 말한다.

"흠, 미인이었어?" 라고 그가 묻는다.

"아니야, 그렇진 않아."

"그럼, 좋아하는 타입이었겠군."

"글쎄 생각나지 않아.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가슴이 큰지 작은지 전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 하겠다구."

"이상한 일이군."

"이상한 일이야."

"그래서, 무슨 짓을 했나? 말을 건다든가, 뒤를 밟는다든가 말야."

"하긴 뭘 해. 그저 엇갈렸을 뿐이야."

그녀는 동에서 서로, 나는 서에서 동으로 걷고 있었다.

제법 기분이 좋은 4월의 아침이다. 비록 30분이라도 좋으니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녀의 신상 이야기를 듣고도 싶고, 나의 신상 이야기를 털어놓고도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981년 4월 어느 해맑은 아침에, 우리가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엇갈리기에 이른 운명의 경위 같은 것을 밝혀보고 싶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난 후 어딘가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우디 알렌의 영화라도 보며, 호텔 바에 들러 칵테일이나 뭔가를 마신다. 잘만 하면, 그 뒤에 그녀와 자게 될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나와 그녀 사이의 거리는 벌써 15미터 가량으로 좁혀졌다.

자, 도대체 어떤 식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면 좋을까?

"안녕하세요. 단 30분만 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습니까?"

이건 너무나 바보스럽다. 마치 보험 권유같지 않을까.

"미안합니다. 이 근처에 혹시 24시간 영업 세탁소가 없는지요?"

이 역시 같은 정도로 바보스럽다. 무엇보다도 내 손에 세탁물 주머니조차 없지 않은가. 누가 그런 대사를 신용하겠는가?

어쩌면 솔직하게 말을 꺼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나에게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입니다."

아니, 틀렸어. 그녀는 아마도 이런 대사를 믿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믿어 준다 해도, 그녀는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당신에게 있어 내가 100퍼센트의 여자라 하더라도, 나에게 있어 당신은 100퍼센트의 남자는 아닌걸요, 죄송하지만"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사태가 그렇게 되면 나는 틀림 없이 혼란에 빠질 것이다. 나는 그 쇼크에서 두 번 다시 회복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 나이 벌써 서른 두 살, 결국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런 것이 아닐까.

꽃가게 앞에서, 나는 그녀와 엇갈리게 된다. 따스하고 조그만한 공기덩어리가 피부에 와 닿는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 위에는 물이 뿌려져 있고, 언저리에서는 장미꽃 향기가 풍기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 수도 없다. 흰 스웨터를 입은 그녀는 아직 우표를 붙이지 않은 흰 사각 봉투를 오른손에 들고 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 것이다. 그녀의 눈이 졸린 듯한 것으로 봐서, 어쩌면 하룻밤 동안 그것을 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각 봉투 속에는 그녀에 관한 비밀이 전부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몇 걸음인가 걷고 나서 뒤돌아보았을 때, 그녀의 모습은 이미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고 없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 그녀를 향해 어떻게 말을 걸었어야 했는가를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떻든 간에 너무나도 긴 대사이므로 틀림없이 제대로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실용적이지 못하다. 아무튼 그 대사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어,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습니까"로 끝난다.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습니까?

그렇다. 나는 그녀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꺼내 보았어야 했던 것이다.

이 포스트가 메인에 있을때만 자동재생하겠습니다 ^^

Posted by 라면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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