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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12.17 공중목욕탕, 아버지와나 4
날씨가 쌀쌀해지는 겨울이 되면 휴일에 별다른 일정이 없는한 공중목욕탕에 가는 편이다.
찜질방에는 1번인가 그것도 잠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간것을 말고는 제대로 간적이 없는데
공중목욕탕은 그럭저럭 자주 가는 편이다.

갔다오면 피부의 노폐물이 싹 빠져서 만질만질한 피부도 좋고.
뭐 어릴적 먹던 초코우유는 사먹지는 않지만

공중목욕탕에 가면 친구들과 온사람들, 아버지와 아들이 온사람들, 나처럼 혼자온 사람들.
여러부류를 보게되는데 가장 많은것들은 어린 아들과 함께 아버지들
간혹 중고생 아들과 온 아버지들도 보는데 아무래도 어린 아들과 함께 온 아버지들보다는 적다.

서로 등을 밀어주는 사이좋은 부자, 아이는 아이대로 냉탕에서 난리법석을 떨며 놀고 아버지는 세정사(흔히 말하는 때밀이)분에게 몸을 맡기는 부자, 직접 씻기려는 아버지와 도망가려는 아들인 부자.
가지가지 이다.

얼마전인가 3번째의 부자를 보았다.
한 6살쯤 되어 보였고 아버지는 늦둥이를 본탓으로 좀 나이가 있어보이시는 분
대화를 들어보니 휴일에 아들의 몸을 씻겨주려고 3번째 오신거란다.그 주에만.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도 몸을 불리기 위해 뜨거운물에 들어가는거랑 몸을 씻겨주실때 어찌나 아프던지
몸을 비틀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근데 이 아들녀석의 말이 가관이다.
'한번만 더 거기 밀며는 만원내놔.','아빠랑 오는걸 정말 질색이야'
아무리 어린 아이라 사리분별이 없다고 할지는 모르지만(하지만 이 녀석 말하는걸 듣고 잇으면 영악하기가 장난이 아니다)그래도 자기 아버지인데 저렇게 말을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뿐이 아니라 주변의 분들도 차마 그 아버지가 민망해 하실까 못본척 하기만 했지만 귀로는 다 들리는건
어쩔수 없다.

(후에 들은바로는 늦둥이 외아들인지라 이 녀석이 자기 귀한지만 알지 배려심이나 그런게 부족하다고 해서
걱정을 하시던데 그렇다고 함부로 손을 들수도 없는거고 부모 양쪽이 일관되야 하는데 글쎄.....나도 외아들 늦둥이지만...그렇게 자란거 같지는 않은데..)

돌아오는 길에 문득 넥스트의 '아버지와 나'가 생각났다.
다정다감함보다는 약간은 무뚝뚝하시고 그런 아버지가 생각났다.
우리집에서도 언제부터인가 아버지는 잔소리 많고 고집만 쎄지시는 그런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것이 당신이 약해진것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당신이 나이드심을 인정하고 싶지 않으셔서 그러시다는걸
알면서도 나도모르게 그런 모습들에 짜증내고 못들은척 하고 있으니 위에 말한 그 녀석이나 다를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래도 누구보다 우리가족을 아끼시고 가족들이 걱정할까 스스로 잘 챙기시는 그런 아버지인데.
아버지가 살아오신 모습대로 내가 내 자식들에게 그렇게 해주고 살 자신이 없을정도로 존경하고 고마우신분인데.

이번 주말에 좋아하시는 회라도 떠다 드려야 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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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면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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