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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전략의 본질을 읽어라

라면한그릇 2005. 6. 30. 11:27

정용수 | 2005.06.03 | 주간경제 835호

최근 블루오션 전략이 불안한 경쟁 상황을 탈출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경영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도 이러한 경영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경영 혁신 기법과 경영 전략 이론들은 존재했다. 불안한 경쟁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경영 혁신 기법의 도입은 과연 일등 기업으로의 도약을 약속 하는가? 일등 기업의 달성을 위한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과거의 경영 혁신 기법을 되짚어 보고,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블루 오션 전략의 본질과 가능성을 점검해 본다.

치열한 경쟁과 빠른 기술변화, 거시 경제 변수의 불안함 등으로 인해 기업의 경쟁 환경은 어느 때보다도 불투명해 보인다. 심심찮게 들려오는 글로벌 기업의 위기와 CEO의 교체,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주력사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불사하는 무시무시한 뉴스까지 접하다 보면 지금 잘 나가는 일등 기업이라 하더라도 앞날이 불안해지긴 마찬가지다. 언제 상황이 바뀌어 시장에서 도태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위기 탈출을 위한 획기적인 해결책이 고민일 수밖에 없다. 최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각되고 있는 블루 오션 전략 역시 불안한 경쟁 상황을 탈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으로서 경영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도 이러한 경영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경영 혁신 기법과 새로운 경영 전략 이론들은 존재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자. TQM, JIT, Lean Production을 비롯하여 BPR, 6시그마 등의 경영 혁신 기법들이 계속해서 제기되었고, 마이클 포터에 의해 본격화된 경영 전략의 개념 또한 핵심역량, 가치혁신 등의 아이디어로 이어져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아이디어들 역시 각 기업에서 경쟁적으로 도입했음은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알 수 있는데, 특히 한국 기업들의 경우에는 리엔지니어링, 리스트럭처링, 지식경영과 같은 혁신 기법이 미국에서 유행하면 따라서 유행하는 동조화(Conformity)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689호 ‘경영 전략은 패션이 아니다’ 참고).

성공 기업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그렇다면 해법을 찾기 위해 도입한 이들 기법이 ‘패션 경영’이란 용어를 남긴 채 유행과 같이 지나가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최근 새로이 제기된 블루 오션 전략은 경영자의 고민을 한번에 해결하고 일등 기업으로 가는 길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해답의 단초를 찾기 위해 과거 혁신 기법을 일등 기업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살펴 보기로 하자.

여기서 잠깐 기초적인 논리학 지식을 원용해 보면, 『P⇒Q』라는 명제에서 P는 Q를 달성하기 위한 충분조건, Q는 P의 필요조건이라 한다. 즉, 충분조건을 갖추면 나머지 명제는 항상 참이 되지만, 필요조건은 갖추어도 나머지 명제가 항상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 경영의 성공이라는 차원에서 살펴보면, 필요조건이란 성공한 일등 기업에서 찾아낸 특성-베스트 프랙티스-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반드시 일등이 될 수 있는 조건은 아니다. 반면, 충분조건이란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의 창출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혹은 획기적으로 향상된 가치의 창출은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는 기존의 일등기업을 밀어내고 새로운 일등으로의 도약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전략의 수렴화 현상

그렇다면 경영 혁신 기법의 도입은 일등 기업으로 가는 충분조건이 될 수 있는가? 경영 혁신 기법은 새로이 등장할 때마다 감각적인 타이틀과 함께 실제 그 내용도 발전하고 있어 기업 경영자들에게 끊임없는 보약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기업의 쇄신에 도움이 되었던 발전의 방향을 크게 나누어 보면, 원가우위 달성을 위한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고 만족시키기 위한 외부(시장) 지향적 전략의 개발, 그리고 통합화된 전사적인 혁신 등의 측면이었다.

발전의 방향만 놓고 보면 이러한 기법의 도입은 보약의 수준이 아니라 기업의 당면 과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는 만병통치약처럼 보인다. 그런데 왜 현실의 기업은 계속 비슷비슷한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고민 해결을 위한 새로운 혁신 기법과 경영 전략은 만병통치약이 되지 못하고 새로운 보약으로 또다시 제기되는 것일까? 그 원인은 성공한 기업의 혁신 기법을 도입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일등 기업의 필요조건일 수 있지만 충분조건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혁신 기법의 도입은 보통 경쟁자와 비슷한 틀로 이루어지거나 베스트 프랙티스를 벤치마크 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는 결국 모든 기업에게 비슷한 해답을 주게 마련이다. 전략의 수렴화 현상이라 불리우는 이러한 현상은 자사의 전략과 경쟁사의 전략의 차별성을 줄어들게 하며, 전략의 수렴화가 이루어지고 난 이후에는 오히려 경쟁이 심화되고 개별 기업의 초과수익 달성이 어려운 상태가 형성된다.

미국 연준(FRB)의 연구에 의하면 1976년부터 1988년까지 미국 PC 산업 전체 매출의 98%를 차지하는 13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략적 차별화가 줄어드는 것과 산업 전체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이 동일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이와 같이 기존의 경영 혁신 기법들은 일등 기업으로 가는 충분 조건이 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제 아무리 발빠르게 새로운 유행(management fashion)을 도입해도 경쟁에 필요한 또 하나의 필요조건을 갖추는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가 부여되기 힘든 탓이다. 수많은 필요조건으로 무장한 컨설턴트들이 모여 사업을 하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통설도 이 때문이 아닐까.

블루 오션 전략의 본질

이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블루 오션 전략을 필요조건, 충분조건의 관점에서 짚어보자. 블루 오션 전략은 경쟁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창출해야 한다는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경쟁 전략과 분명 차별화되고 있다. 기존의 경쟁 지표가 아닌 구매자 가치의 창출에 집중하고 기존의 제품과 산업의 경계를 창조적으로 재정의 해야 한다는 그 사고의 틀이 바로 새로운 일등 기업이 될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블루 오션 전략은 앞서 제기한 일등 기업을 위한 충분조건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물론 이런 시각에 대해 회의적일 수도 있다. 블루 오션을 찾기 위해 필수적인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방법이 시원하게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블루 오션 전략에서 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 차별화의 도구로 제공한 전략 캔버스- 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의 각 항목에서 경쟁사 대비 어떤 위치를 지녔는지를 그린 도표- 상에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그 새로운 항목을 어떻게 발견했는지, 또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블루 오션 전략이 결국 예전과 비슷비슷한 얘기가 아닌지, 또한 그 내용에 대해 수긍은 하지만 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블루 오션 전략이 사고의 틀 이외의 명쾌한 프레임웍을 제공한다면 그것은 새로운 가치 창출의 충분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또 하나의 전략적 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블루 오션 전략에서 제시된 많은 기업의 사례들 역시 그 해답을 프레임웍을 통해 얻지는 않았었다. 결국 블루 오션 전략의 본질은 바로 이러한 사고의 전환을 보여주는 그 자체에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자사의 블루 오션을 찾기 위한 방법은 전환된 사고의 틀을 지니고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만들어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노력이 이러한 방향을 알려줄 수 있는지 현실에서 새로이 일등으로 떠오르는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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